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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건강생활/저탄건지 Ketogenic 다이어트

저탄고지 다이어트 N수생의 고백

 

#1. 저탄고지 다이어트 (키토제닉 다이어트) 를 시작하다

 

몇년 전 MBC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이 방영되면서, 국내에서 저탄고지(키토제닉) 다이어트가 크게 이슈화되고 한 동안 마트마다 버터가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엄밀히 말하면, 저탄고지 = 키토제닉 은 아니예요. 저탄고지는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

 

그 방송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아~ 저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이 전부였어요. 아무래도, 저는 10년 가까이 저열량고단백 식단이 진리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대한 두려움이 쉽게 사라지기 어려웠고, 또 의학계에서도 저탄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 방법에 대한 경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몇개월 후, 

초저열량식단+ 빡센운동으로 감량 → 입터져서 폭식(당연히 몸무게 증가)  → 초저열량식단+ 빡센운동으로감량 → 폭식....

이런 패턴이 무한 반복되면서 저는 지쳐갔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저탄고지(키토제닉) 다이어트의 문을 두드리게 됐죠.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탄고지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대해서 책도 많이읽고, 카페의 글도 많이 찾아보면서 저탄고지 식단, 레시피, 재료들을 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는 제대로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제 나름대로는 1년가까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중간에 치팅하기도 하고, 흔들린 시간이 많았어요)

 

 

#2. 방황... 방황... 그리고 또 방황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저탄고지 방법에는 큰 오류가 있었습니다.

 

 

1. "저칼로리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함정

10여년 간 칼로리 계산에 대한 강박으로 살아온 저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칼로리 제한의 압박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했어요. 애초에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저열량 다이어트와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작용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다른데, 이걸 제 마음대로 믹스해버린 거죠. 일명 "저칼로리 저탄고지 다이어트"

 

키토제닉 다이어트로 유명한 "명품캥거루"님의 강의 영상을 보고 저는 "저칼로리 저탄고지 다이어트"라는 말도 안되는 식단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해보려는 사람이라면 유튜봐의 "명품캥거루"님 채널을 매우 추천합니다)

 

저칼로리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감량의 효과는 확실이 컸어요. 하지만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최대 강점인 "배고픔 없이 다이어트하는 것"의 효과는 당연히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탄고지 식단이긴 하지만 절대 섭취량 자체가 적으니 전 항상 배고파했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됐어요. 외출을 하게되면, 그 동네 이름을 넣어서 네이버에 "○○ 맛집" 을 검색해서 수백개의 블로그 포스팅들을 보면서 식당과 먹을 메뉴를 골랐어요. 제 머리속에는 "먹는 것" 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죠.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식욕을 쇼핑(키토 식재료, 식료품들)으로 채웠어요. 저는 1인 가구이고, "저칼로리 저탄고지 식단"을 하다보니 당연히 식재료들의 소진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는데, 소진하는 속도보다 새로운 식품과 아이템들을 사는 속도가 빨랐어요. 제 작은 원룸와 작은 냉장고는 각종 식재료, 식품들로 항상 꽉꽉 채워져 있었어죠. 한 때 잠시나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보겠다고 노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어느 새 (식품,식재료) 맥시멀리스트가 되어있었습니다.

 

 

2. '저탄'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예전에 다이어트할 때는 너무 좋아했던 단호박, 밤호박, 사과를 무서워하게 됐어요. '저탄고지'에서의 '저탄'은 말 그대로, '무탄'이 아니고 '저탄'인데도, 탄수화물에 섭취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커져서 이런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마저도 억제 했어요. 제 몸은 탄수화물이 너무 부족하니 계속 탄수화물을 공급해달라고 발악했지만, 계속 참고 참고 또 참았다.

 

 

 

→ 억눌렸던 식욕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식욕은 터져버렸고, 그렇게 터진 입은 닫힐 줄을 몰랐어요. 그동안 억제해왔던, 탄수화물을 폭발적으로 섭취하기 시작했어요. 이른바 "탄수파티"가 시작된거죠. 그것도 좋은 탄수화물이 아니라 각종 과자와 빵으로 폭식하며 탄수파티를 즐겼어요. 몸에 당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 게다가 당폭식을 할 때에는 포만감 조차 없으니, 무한대로 흡입했어요.

 

컨디션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고 수면의 질이 떨어졌고, 피부도 뒤집어지고 결국에는 우울감까지 찾아왔다.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돼지파티의 기록들... 

 

 

#3. 그리고 다시 시작 : 포기란 없습니다 ! 

 

지난 방황의 흔적을 돌이켜보면 후회스럽고, 제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후회는 잠시 접어두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 지 이야기해볼게요.

 

이제는 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제게 맞는 '저탄건지' 식단 찾아가보려고 해요.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통해 도출한 3가지 포인트는 

 

 

1. 건강한 탄수화물을 적정량 섭취하기

대사관련 검사를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 저는 지방대사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일 수록 탄수화물을 어느 정도 섭취해주는 것이 지방대사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제한하되, 건강한 탄수화물은 내 몸이 원하는 선에 적당한 양은 섭취할 계획입니다.

 

 

2. 건강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기 (고기에 집착하지 말고, 좋은 오일[올리브오일, 아보카도 오일] 로 지방 섭취)

저는 원래부터 퍽퍽한 식감을 좋아해서 목살, 닭가슴살을 주로 먹었었는데 저탄고지를 하면서 삼겹살 등 지방이 많은 고기류에 집착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방은 고기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기를 위주로 섭취량을 늘리다 보면  동시에 단백질을 섭취량도 증가하여 저탄고지 식단의 장점이 상쇄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즉,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좋은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포만감을 느끼게해 배부르게 다이어트 할수 있는 것이 저탄고지 식단의 최대 장점인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건강한 지방을 선별하여 충분히 섭취할 계획입니다(예 :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오일 등)

 

 

 3. 18:6 정도의 간헐적단식 식단을 유지하되, 배고픔을 느끼면 주저없이 음식 섭취하기

많은 저탄고지인들이 그러하듯, 저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할때 간헐적단식 (18:6)을 병행했었어요. 공복시간을 18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갑작스럽게 약속이 잡히게 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중에는 친구들과의 약속 조차 피하게 됐죠.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보면 행복은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고, 인간이 유독 크게 행복을 느끼는 활동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공복시간을 지키는 데 집착하느라,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포기해왔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식(간헐적단식 포함)의 효과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굳건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18:6 정도로 간헐적 단식을 계속 실천하되 그 시간에는 집착하지 않기로 했어요. 공복시간 18시간을 채우지 못했어도 배가 고프다면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 직전에 식사때 충분한 지방을 섭취하지 못했다면 그 배고픔이 더 빨리 찾아올 거예요. 위에서 말한 "건강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제대로 지키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간헐적 단식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4. 마무리

앞으로 저의 저탄건지 라이프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러나, 포기란 없습니다. 앞으로도 흔들리고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오겠지만, 다시 또 마음을 다 잡으면 되니까요. 앞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서 스스로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저탄건지 라이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저는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다짐과 실천들을 기록하다보면, 흔들리때 마다 스스로의 모습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저탄고지 식단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저탄고지(저탄건지)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과 경험, 제품 후기, 레시피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컨텐츠들 지켜봐주시고, 저의 저탄건지 라이프를 응원해주세요 :) 

 

 

 

조금은 쑥쓰러운 저탄고지 N수생의 구구절절한 고백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뿅!

생큐베리머치 드림